산케이 지국장 기소가 보여준 한국의 치졸한 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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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지키고자 국가의 이름을 떨어뜨린 전대미문의 사건


 보통 민주주의 국가에서 해외 특파원을 기소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데, 그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세월호 사고 당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7시간에 대해 청와대가 명명백백하게 밝히지 않자, 이에 대한 불편한 의혹을 제기한 일본 신문 산케이의 한국 지국장이 기소되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런 일이 독재 집단 '북한'이 아니라 민주 국가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진 거다.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에서 정부와 시민이 티격태격하고 있던 언론 탄압에 대한 지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일을 두고 일본 정부와 언론 측은 "민주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한국 정부를 향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ANN NEWS


 이미 많은 사람이 알겠지만, 한국은 '언론 자유국가'가 아니라 '부분적 언론 자유국가'라는 수치스러운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언론 비자유국가'이라는 이름표를 얻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현 정부의 모습을 보면 비참하기 그지없다. 이번 산케이 신문의 한국 지국장 기소 사건은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


 일본 산케이 신문 한국 지국장 기소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한국은 카카오톡 감시 문제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불거져 오고 있었다. 국정원이 개인의 카카오톡을 몇 달 동안 들여다보았고, 카카오톡은 검찰의 요구에 힘없이 개인의 정보를 제공한 것이 뉴스를 통해 밝혀지자 국내 메신저 이용자가 대거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사이버 망명까지 발생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일까지 벌어지면서 국내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한국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 된 거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을 이렇게 모독하는 건 그 나라의 국격이 걸린 일이다."이라는 말 한 마디에 이런 대형 사고를 치는 산하 정부 기관의 행동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어찌 이리도 멍청한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산케이 신문의 한국 지국장 기소 사건으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을 향한 우려의 시선과 좋지 않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한국의 이런 모습을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리고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 지지한다.'고 밝히며 한국에서 일어나는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일반 시민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인터넷 기사와 트위터 실시간 반응을 살펴보면 "내가 극우 신문 산케이를 응원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인데 산케이 건으로 세계의 오해를 사게 된 건지,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세계의 오해를 산케이 건으로 풀게 된 건지……." 같은 이색적인 반응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최악의 한 수'로 작용할 듯한 이번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하지 않는 한 절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과거 세월호 사건 때에도 '선거가 있었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거짓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를 했었는데, 이번에도 딱히 어떤 정치적으로 비장의 한 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 이상 박 대통령의 사과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일 관계는 더 골이 깊어지지 않을까?


ⓒ후지TV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세월호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일본 후지tv에서 특별 방송으로 보도한 세월호 사고를 재연한 방송의 이미지다. 한국에서 절대 볼 수 없었던 이런 방송을 보면, 차라리 군국주의로 골을 썩고 있는 일본이 한국보다 더 나은 국가가 아닌가 싶게 한다. 뭐, 한국도 일본에 지지 않을 정도로 군국주의에 물들어 있기에 둘을 비교해도 사실 크게 차이가 없다.


 일본에서 일본 극우 단체가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주장을 펼치는 것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군복을 입은 가스총 할아버지와 각종 청년단으로 활동하는 세력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차이라는 게 없을 지도 모른다. 둘의 모습은 너무 흡사하게 닮았다. 과거의 영광 속에서 잘못을 바라보지 못하는 그들의 존재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다이빙벨》 상영 논란과 함께 여전히 언론 탄압과 왜곡에 대한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 개봉했던 영화 《변호인》은 많은 사람의 눈물을 훔쳤고, 추석 특선 영화로 방영되었던 《더 테러 라이브》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열광했고, 지금 개봉한 영화 《제보자》에 많은 호응을 하는 거다. 자유를 억압할수록 자유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총체적으로 난국에 처한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까? 더 나아질까? 아니면, 오히려 더 악화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 되는 가는 앞으로 우리가 이 정부를 향해 어느 정도의 관심으로 지켜보고 행동하는 가에 달렸다. 그저 가만히 침묵하면 할수록,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을 손에 쥐고 있는 세력은 더 강하게 시민을 기만하려고 할 것이다. 당신은 그래도 괜찮은가?



 이 일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이 해야 할 문제다. 개인이 어떤 역사관과 가치관을 가졌는지에 따라 대답과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해외 교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은 부끄러운 줄 알라!"라며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고, 단지 '우리 교민'만이 아니라 외국 각 인사들도 한국에 대한 비판과 민주주의와 언론 탄압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한국은 유례없이 민주주의 국가로 향하는 기반을 열심히 다지면서 과거 독재 세력과 친일 세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애를 썼었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 이전과 같은 일이 반복하며 10년 동안 이룬 그 발전을 다시 30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정말 되돌아가는 그 속도가 놀라울 지경이다. 어찌 한 순간에 이렇게 확 뒤집어 질 수가 있는지.


 그들을 향해 "당신은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다."라고 말하면 홍수 같은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누가 보더라도 그들이 명백히 틀린 행동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채, 잘못을 되풀이 하는 까닭에 현재 피를 보고 있는 건 오직 힘없는 시민들뿐이다. 오죽하면 "돈 벌어서 이민 가서 살자."라는 말이 당연시 되겠는가?


(솔직히 나도 돈만 있다면, 일본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만 아니라면, 일본으로 이민을 가고 싶다. 일본어도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가능하고, 비록 갈등이 있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한국보다 여러 가지가 더 잘 갖춰져 있으니까.)


 대통령이 국격 운운하면서 일을 벌이자 대통령의 수족이 낙하산으로 들어간 그 산하 기관은 신 나서 '얼씨구나' 하며 대형 사고를 터뜨리고 있다. 잘못이 커지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같은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고, 법정에서 책임을 판가름할 때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아니면, 오히려 법을 같은 편으로 만들어 일당 5억의 노역 같은 말도 안 되는 판정을 받거나.


 나는 무섭다.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홍콩처럼 투쟁을 벌여야 하는 날이 다시 오는 건 아닌가 싶어서.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서 어머니가 말한 "전두환이 다시 대통령이 되어서 군기를 똑바로 잡아야 해. 말 안 듣는 건 다 모조리 잡아서 삼청교육대에서 교육을 시키든가."라는 말이 너무 무섭게 느껴진다. 설마,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겠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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