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특별한 때에만 허리 숙이는 한국의 검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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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선거철 같은 특별한 때에만 허리 숙이고 눈물 흘리는 한국의 정치가들


 오래전 유럽에 도래했던 절대 왕정 시절에 프랑스의 국왕 루이 14세가 말했던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말이다. 그 당시 프랑스는 절대왕정을 단단히 다지면서 귀족과 왕족은 사치스러운 문화를 즐기며 베르사유 궁전 같은 길이 남을 세계문화유산을 남겼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일 뿐이다. 프랑스 내에서는 귀족과 왕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민이 하루에 빵 한 개를 제대로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축적된 궁핍과 분노는 입헌 군주제를 거부한 루이 16세를 처형하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시민혁명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아는 이야기다. 학교에 다녔던 시절에 졸면서, 혹은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이니까. 이 일은 '과거의 일'이지만, 우리가 사는 '현재의 일'과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역사의 한 축을 가지고 있어 '알아두어야 할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 연결축이 앞으로 나가는 기어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뒤로 후진하는 기어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과거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절차를 밟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30년 전에 난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시절의 이야기는 잘 모른다. 단지 교과서에서 배웠던,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그 힘들었던 순간의 지식만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사람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걱정이 담긴 말은 충분히 지금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근데 왜 책임 안져요?, ⓒKBS1


 얼마 전에 박근혜는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뭐,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박근혜에게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절대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박근혜를 비롯한 새누리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한 말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속한 모독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가?


관련해서 추천하는 글 : 아이엠피터 <대통령 모독, 노무현과 비교하니 박근혜 '너나 잘하세요.'>


 그리고 나는 이 문제를 통해 우리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싶다. 그건 바로 우리 시민 앞에 진심으로 고개와 허리를 숙이지 못하는, 늘 가시적으로만 손을 잡아주는 그런 순도 100%의 탁한 거짓말이 담긴 태도이다.


 아마 선거 기간 동안 각 후보의 선거 유세 거리를 가본 사람은 그들이 얼마나 쉽게 얼굴에 웃음을 지으면서 허리를 숙이는지를 보았을 거다. 이건 단지 그들이 '선거기간'이기 때문에 허리를 숙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별한 때이기에 '앞으로 잘하겠습니다'는 거짓말을 하며 숙이는 거다.


 그러나 선거 기간이 끝나자마자 언제 내가 고개를 숙였느냐는 듯이 사람들을 향해 "어? 내가 왔는데 인사 안해? 너 뭐야?"라며 손가락질 한다. 단순히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세웠던 공약도 다 멋대로 바꾸고, 딸 같아서 툭 건드렸을 뿐이라며 쪽팔리는 짓을 하고 다닌다.


ⓒ구글 검색


 많은 사람이 정치인의 바뀌지 않는 이 모습을 보기 싫어한다. 매번 선거철마다 나오는 '그놈이 그놈이지. 뽑을 사람 없어서 투표 안 하련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여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비슷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추석 때에도 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많은 사람이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떤 상인은 뉴스 인터뷰에서 "특별한 때에만 아니라 평소에도 왔어야지."이라고 말하며 보여주기식으로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쓰는 그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지지부진한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당장 청와대 밖으로 나와서 유족을 만나 달라던 시민을 무시한 채 박근혜는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방문해 큰 비난을 받았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지지 세력은 '잘못한 게 없다'며 얼굴에 철판 100장을 깔고 당당히 다니고 있다.


 허참, 기가 막히는 일이지만 이런 모습이 한국의 정치인이 보내는 일상이다. 어찌 이런 모습을 두고 그들을 향해 시민의 대표라고 말할 수 있겠으며, 그들을 자랑스러운 대통령이자 국회의원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여기저기서 쪽팔리는 일만 벌이는 데 말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고, 공자는 '군자는 겸허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시민의 대표로 있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고장 난 것처럼 허리를 숙이지도 못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거기 앉아 있는가?


 어떤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도 잘한 것 하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나 늘 시민 앞에서 먼저 고개를 숙였고, 허리를 숙였고, 손을 내밀었고, 무릎을 낮추고 눈을 맞춰 그 말에 귀 기울였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열등감에서 나오는 노골적인 비아냥도 받아주었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을 지적하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라며 전면 강하게 비판했다. 왜 비판을 받는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지금 이 일은 부당하다고 말하는 거다. (정말 부당한 건 자신들임에도.)


 언제나 특별한 때에만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숙이며 '잘못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고 말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수사를 하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한국의 빛 한 줄기 없는 칠흑 같은 검은 사회. 오늘 당신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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