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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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고 싶지만, 상처는 받기 싫은 당신을 위한 작은 연애심리학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누군가와 연애한다는 건 도대체 어떤 걸까? 사람들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며 연애를 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20대로 삶을 사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주변에서 곧잘 그런 말을 듣고는 한다.


 어머니의 지인 혹은 사회적 관계로 유지되는 인적 관계 속에서 "여자친구는 안 만나니?"라던가 "너 결혼은 할 거냐?", "여자에게 관심은 있나?" 등의 질문을 들으니까. 하지만 그런 질문을 받더라도 나는 매번 쓴웃음을 지으면서 얼버무리느라 바쁘다.


 아무리 나라도 그런 일에 1%의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건 아니다. 당연히 20대로 살고 있기에 그런 일에 조금은 흥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내게는 많으니까.


 내게 있어 누군가를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는 일은 해결되지 못한 세계적 난제를 푸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다. 그런 감정을 가슴에 품게 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그저 사람과 친해지는 일도 어려운 내게 누군가를 좋아해서 사귀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책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페이스북 친구 맺기로 교류를 하는 한 블로거의 서평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책의 내용이 상당히 괜찮다고 해서 8월 신작 라이트 노벨을 구매하면서 함께 구매하게 되었다.


 확실히 책을 읽으면서 '과연, 추천해줄 정도로 좋은 책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짧은 조언을 덧붙여 놓은 책이었다.


 아마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을 거다. 사랑을 한다는 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랑을 한다는 건, 언제 결별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언제 어떤 식으로 비틀어져서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사랑은 가시를 가진 장미 같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그 시간을 무엇과 바꿀 수도 없을 정도로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되거나 감정적인 요인으로 오해를 빚어 풀 수 없는 매듭으로 서로 아픔을 주는 일이 반복되면, 사람은 쉽게 무너진다. 그런 무서운 게 사랑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몇 가지 책 중에서는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잘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내가 그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감히 발을 들여놓지 못하니까.


한 여자에게 차인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자신은 매력이 없으므로 세상의 모든 여자가 자기를 싫어할 거라고 지레짐작해 아예 여자를 사귀어볼 생각조차 안 한다. 이처럼 지레짐작의 오류란 자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지나치게 겁을 먹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겨향을 가진 사람은 사랑이 찾아와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그냥 스쳐 보낸 뒤에 한탄하기 십상이다. 설령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아마 저 사람은 날 형편없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또는 '정말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은 아닐 거야'라며 계속해서 지레짐작의 오류를 저지르자 결국 상대방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p60


 위에서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은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작은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경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의 연애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왠지 지금의 나는 저런 모습일까?'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행동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어쩌면 그 이유는 상처받았던 과거처럼 사람으로부터 '내가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0대가 되어서도 나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대학교에 다녔던 시절에도 넓은 강의실에서 언제나 내 옆에 앉아서 말을 걸어주고, 작은 신경을 써주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몇 번은 그 미소에 '두근'하기도 했었지만, 강의실에서 짧은 시간이 내게는 전부였었다.

나는 평소에도 사람들의 행동에 오해를 많이 하고, 가까워진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내 착각이다. 착각을 믿고 행동으로 옮기면 바보가 된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강의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를 하는 건 끝났다.


 위 이야기는 내 경험이다. 내게도 정말 누군가와 연애를 한다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을까? 내가 '나는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그 당시에 어떤 행동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과감히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그러나 난 그게 내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남자는 착각하기 쉬운 생물이라고 하니, 나도 분명히 착각했을 거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라는 라이트 노벨의 주인공 하치만처럼 '모든 건 내 착각'이라고 알고 있어야 비참한 일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도 내가 일절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히 거짓말일 거다. 이런 나라도 종종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혼자 밥을 먹다 갑작스럽게 울먹이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감정의 동요가 심하게 와서 책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채 하늘만 쳐다볼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당장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하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내가 간 돈까스 집이나 강정 집의 알바생이 너무 예쁘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한 지인이 '네가 외로워서 그렇다.'고 말했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그녀들은 확실히 예뻤으니까.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거다.)


 참, 웃기는 일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연애를 해보기 전에 '연애로 얻을 수 있는 상처를 바로 보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뭐,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책은 그것만이 아니라 연애를 하는 데에 필요한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고 있지만.


 이런 나라도 언젠가 연애를 하게 될지도 모르고, 정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을 넘어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내게 있어 그런 만남은 수많은 인연이 교차하는 거리에서 백만 분의 일 확률로 발생하는 일밖에 되지 않으니까.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책을 통해 연애라는 것이 무엇인지,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연애를 통해 받은 상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난 읽어볼 수 있었다. 과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날을 맞이하게 될까?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그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내게는 내 상처를 치유하면서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계이니까. 언젠가 '두근두근'하는 상대를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도 난 결국 제자리걸음을 할 것 같다. 슬프지만, 그게 지금의 나이니까.


사랑에 대해 환상을 꿈꾸고 완벽주의를 적용하는 사람에게 사랑은 자신의 욕구가 빚어낸 신기루일 뿐이다. 신기루를 볼 때가 언제인가? 사막을 헤매다가 배고픔과 목마름에 지쳤을 때 아닌가? 마찬가지로 우리가 환상이 가득한 사랑에 매달리는 이유도 영혼이 허기지고 메말라서인지도 모른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클수록 언젠가 더 큰 실망과 갈등이 찾아오는 것은 거의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따라서 그런 지나친 기대를 포기할 때까지 실망과 좌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은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 바로 진짜 사랑이 싹트는 전환점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비로소 성숙한 사랑으로 한 걸음씩 나가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에게 완벽한 조건을 기대하는 사람은 그 전에 자기 자신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과연 상대방의 기대에 맞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는가? 상대방이 나에게 마법 상자나 구세주 역할을 바랄 때 과연 그 기대치를 채워줄 수 있는가?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상대방에게 바란다는 것은 게임의 규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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