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고 졸업사진이 일으킬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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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사진이 개성적이면 안 되나요?' 질문에 멋진 답을 던진 의정부고 졸업사진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한 고등학교의 졸업 사진이 네티즌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중심에 있던 그 고등학교의 졸업 사진은 단순히 우리가 경험했던 '저는 □□고등학교의 3학년 X반 아무개입니다.'라고 말하는 사진이 아니었다.


 그 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은 '지금 우리는 이렇게 웃으며 청춘을 만끽하고 있습니다'는 즐거운 느낌을 전해준 아주 특별한 사진이었다. 특별하다는 건 단순히 그 사진이 고도의 기술로 잘 찍혔다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와 보는 사람 모두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줬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 경험했던, 우리가 익히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졸업 사진은 대부분 재미없는 사진이다. 그냥 형식적으로 거치는 작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해 졸업 앨범에 대해 크게 의미도 두지 않는다. 그 앨범을 추억으로 남기는 사람도 있고, 그냥 버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나는 후자에 속한다.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는 졸업앨범을 신청하기도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신청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졸업앨범을 받고, 졸업 당일 집에 가서 바로 종이 쓰레기와 함께 갖다버렸다. 내게 그 시절은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나날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앨범은 꽤 보관했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버렸다. 딱히 이 졸업앨범이 가지는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추억도 없어서 보관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노예처럼 산 내 모습이 무슨 즐거운 추억이 되겠는가?


 평소 학교생활을 즐기면서 친구가 많은 사람은 그런 졸업앨범이라도 옛날 물건을 넣어두는 창고에 보관하며 먼지가 쌓이도록 두겠지만, 내게는 그런 무의미한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아마 대체로 많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졸업앨범을 보관하거나 폐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의정부고 졸업 사진 구글 검색 화면, ⓒ구글 검색


 그런데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졸업 사진을 찍은 당사자들은 우리와 다르게 졸업앨범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할 것 같다. 저런 바보 같아 보이는 사진을 찍으며 모두 함께 웃은 추억이 녹아 들어있는 앨범을 어떻게 버릴 수 있겠는가. 아마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소중히 보관하지 않을까 싶다.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든 다양한 패러디와 즐거움을 주는 분장으로 졸업 사진을 찍은 고등학교는 의정부 고등학교라고 한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그저 평범히 우리가 아는 네모난 모양의 사진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모양의 사진을 찍으며 정말 즐거운 모습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아마 옛날 우리 아버지 세대나 우리 세대가 했으면 절대 학교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그만큼 우리 시대가 좀 더 문화를 개방적으로 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상당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졸업 사진을 탐탁지 않게 보는 어른도 더러 있겠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이 그들의 기발함에 박수를 보내며 '정말 대단하다'며 즐거운 박수를 보내며 휘파람을 불었다. 나도 한때 고3이었던 사람 중 한 명으로 이런 재미있는 시도를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의정부고의 이 졸업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많은 화제가 되자 해당 고교의 교감 선생님이 제약을 가하려고도 했었지만, 학생의 자율성 침해 논란이 일자 교감 선생님을 사과의 말을 전하며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앞으로 후배들이 어른의 권력에 막히는 일도 없게 해주었다!)


 참, 겨우 졸업 사진 하나만으로 많은 화제가 되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 의정부고 졸업사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이건 기계적으로 공부만 해야 했던 고등학생들의 가벼운 일탈이기도 하고, 좀 더 개방적인 시선으로 어떤 일에 접근한 창의성이기에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쉽게 할 수 있을까? 비록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거다. 주변에서는 모두 정해진 틀 속에서 네모난 죽은 느낌의 사진을 찍는데, 혼자 튀면서 살아있는 사진을 찍으려는 시도는 절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의정부고 예비 졸업생들은 그런 시도를 과감히 실천에 옮겼고, 정말 많은 사람으로부터 즐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자칫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획일적인 시스템에 사는 어른에 인해 제약받을지도 모를 후배들의 시도가 묵살 되어버릴 위험도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의정부고 졸업생이 찍은 저 졸업사진이 바로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작은 네모난 틀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제한적인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크게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하는 게 진짜 교육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은 매번 '창의적인 인재 육성과 애플와 구글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는…….'라는 말을 곧잘 하지만, 행동은 늘 아이들에게 제약만 가하면서 등에 짊어진 짐만 늘리고 있다. 논의되고 있는 시스템 교육 같은 바보 같은 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다.


 창의적인 인재,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인재,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인재는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공장 같은 학교에서 나올 수가 없다. 그런 인재는 자유롭게 어떤 일에 시도해보고, 실패하고 책임지며 배워가는 과정에서 나올 수가 있다. 이건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고, 더 대단한 잠재력이 있다. 그런데 그 잠재력을 우리 어른이 '공부나 해라'며 망쳐버리고 있는 거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유롭게 시도하고 실패할 수 있는 그런 경험이 더 중요하다.


"인간은 왕자와 공주로 태어나지만 부모가 그들을 개구리로 변신시켜 버린다."

(교류 분석의 창시자 에릭 번,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中)


 이번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보며 단순히 어른이 정해준 틀 속에만 있지 않고, 그 틀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 혹은 그 틀을 넘어 마음껏 끼를 발산하는 청소년의 밝은 미래를 본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 이들이 자극제가 되어 분명히 다른 곳에서도 멋진 시도를 하는 청소년이 생길 것 같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학력 지상주의가 사라져 이렇게 마음껏 끼를 발산하며 도전하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그런 개방적인 문화가 교육의 한 중심에, 우리가 사는 사회의 한 중심에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이런 청소년이 그 개방성을 잃지 않는다면, 분명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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