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이 가진 또 하나의 이야기

반응형

가족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볼 수 있었던 사회의 불편한 진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힘을 가진 자의 범죄는 축소되고, 힘을 가지지 못한 자의 범죄는 확대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두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기에 처벌을 받는 일은 당연하지만, 가진 자의 처벌은 누가 보더라도 '더러운 세상'이라는 욕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나는 과거에 직접 그런 일의 피해자였기에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힘을 가지지 못한 자의 비통한 외침은 단 한 번도 진실로 인정받지 못하고, 힘을 가진 자의 거짓말은 언제나 진실이 되어 얼마나 쉽게 진짜 진실을 덮어버리는 지를 말이다.


 비록 그런 경험이 해보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일어난 여러 뉴스를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이 지금껏 사는 삶의 방식부터 시작해서 가깝게는 세월호 사건 책임공방, 청부 살인에 연루된 자산가의 뇌물 논란 등 여러 사건을 통해서.


 특히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세월호 사건이다. 명확한 책임 주체의 처벌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초점이 어긋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멀쩡한 반면에, 희생자 가족은 우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건 잘못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가진 자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다른 다수를 선동할 수 있는 힘을 손에 쥐고 있기에 그들은 언제나 처벌을 받지 않거나 미미하게 받는 거다.


ⓒ7번방의 선물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이미지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영화 채널에서 우연히 볼 수 있었던 이 영화는 처음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에는 감동에 목적이 있었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본 이 영화는 상당히 사회 비판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이 영화 《7번방의 선물》은 가슴이 슬퍼지는 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정통 멜로 영화다운 감동을 잘 표현하면서 꽤 인기를 얻기도 했었다. 비록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는 평도 있지만, 대체로 평균 평점을 기록하며 '그래도 한 번쯤은 볼만했다'는 그런 이미지가 많았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이 개봉했을 때의 사람들 반응은 대체로 훈훈한 가족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은데, 지금 2014년에 본 《7번방의 선물》은 가족 이야기보다 그 뒤에서 볼 수 있는 가진 자의 폭력이 가지지 못한 자의 삶을 어떻게 망쳤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 이용구는 빙판길에 넘어진 아이를 살리고자 인공호흡을 비롯한 응급 처리를 한 것이었지만, 그 사건은 딸의 아버지 경찰청장의 아연실색한 분노와 위아래에서 명령을 따르던 사람이 양심을 버리고 사건을 위조하며 성폭행 살인으로 사형선고를 받는 비운의 인물이다.


 이용구를 곁에서 지켜본 같은 교도소 소장과 간수, 수용자들은 이용구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고, 모든 게 윗선에서 조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용구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했지만, 이용구는 경찰청장의 협박에 고개를 숙여버리고 만다.


 이는 단순히 가족애를 그린 멜로 영화가 아니라 가진 자의 폭력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가지지 못한 자의 비통한 눈물을 그린 영화다. 더욱이 이런 사건 조작이 비일비재했던 군사정부 시절과 책임을 회피와 책임 전가가 만연한 2014년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비춰보면 뭐라 할 말이 없다.



 처음 영화 개봉 당시에 난 이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그때 영화를 보았었다면 어떤 반응을 했을지 잘 알 수 없다. 아마 다른 사람처럼 슬픈 가족애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2014년 7월 병실에서 본 《7번방의 선물》은 가진 자의 횡포에 그저 분노하게 하였다.


 지금 우리가 사는 2014년의 대한민국은, 아니, 굳이 우리나라에만 한정하지 말자. 좀 더 많은 국가가 가진 자의 횡포에 가지지 못한 자가 희생되고 있다. 가진 자의 잘못은 좀처럼 크게 추궁당하지 않고, 가자지 못한 자의 잘못은 더 크게 그려진다.


 지난주에 터진 민간 여객기 미사일 격추 사건에서 시작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등 많은 문제가 가진 자의 횡포 속에서 힘없는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저 부정하고 싶은 모습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이 담은 가진 자의 횡포에 인한 가지지 못한 자의 슬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여러 문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과 충돌.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다.


 그저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진 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블로그에 적은 최고의 대우를 받고 싶으면 최고가 되라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최고의 자리에 올라 힘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 가지지 못한 자의 외침은 그저 한여름의 매미 소리에 지나지 않으니까.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