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말한 새로운 선거방식, 정말 그럴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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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투표율을 위해 친구가 생각한 새로운 선거방식, 참신하면서도 독특해


 우리나라의 투표율이 낮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언제나 투표를 꼭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투표를 하자'며 독려 운동을 하거나 연예인이나 배우 등의 공인이 인증사진을 공개하며 간접적으로 투표 독려를 한다.


 그러나 그런 캠페인과 운동에 담긴 뜻은 거의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언제나 한순간의 작은 발버둥에 그치고 만다.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와 정치, 그냥 간단히 말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투표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당장 내일 총을 들고 죽인다고 하는 사람이 나와도 투표하지 않는다.


 이전에 내가 작성했던 《세상이 바뀌지 않더라도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에서 말했지만,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대게 '내 한 표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식의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니, 그 이전에 앞에서 말했던 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런 일에 작은 관심조차 가지지 않기 때문에 항상 불평불만을 입으로 내뱉으면서도 투표를 하지 않는 거다.


 이런 사람이 자발적으로 투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던진 한 표가 세상을 더 아름답게, 세상이 더 사람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는 말보다 그냥 호주처럼 완전히 투표를 의무로 만들어 반강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뭐, 이런 강제적인 부분은 자율성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실현, 아니, 그 이전에 언급하기 조차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승리하자 먼저 직선제를 고집했던 보수 진영 측에서 직선제 폐지를 들고 나올 정도로 자신이 가진 밥그릇을 다른 사람에게 뺏길 확률이 0.1%만 오르더라도 전쟁이 일어난 마냥 들고 일어나는 게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정원과 나라 정부 기관이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언론과 결탁해 조작질도 겁 없이 하는데, 여기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하는 모종의 활동을 멈춰서는 안 되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정책에 대한 연구를 멈춰서는 안 된다. '투표율이 전혀 높아지지 않는다'며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리면, 결국 이익을 보는 건 우리가 아니라 지금 힘을 가지고 시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썩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전투표제, ⓒ노지


 이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 실행된 사전투표 제도는 아주 성공적인 사례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좀 더 큰 범위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난 그 해결책으로 가장 중요한 건 어릴 때부터 받는 교육 방식을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일방통행의 교육이 아니라 토론 형식을 통해 의견을 스스로 제기할 수 있는 교육, 수평적인 관계에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마냥 제도를 편리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생각 없는 사람'은 투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표를 한 사람을 상대로 세금 혜택을 주거나 어떤 이벤트를 마련해준다고 하더라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투표장에 가서 무효표를 만드는 사람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난으로 칸에서 벗어나 기표를 하거나 여러 개에 동시 기표를 하는 사람) 이는 오히려 빛 좋은 개살구를 만드는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하극상은 없어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게 만드는 일이 없는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게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다. 그저 문제집만 잘 풀 수 있는 어른이 된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세상에서 누가 무슨 잘못을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진짜 어른이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어디까지나 내 의견도 하나의 이상론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에 선택된 진보 교육감을 통해 교육 혁신을 도모할 수도 있겠지만, 단단하게 굳어 있는 기득권의 욕심에 맞서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리니까. 특히 지금처럼 여전히 많은 기성세대가 가짜 보수 세력을, 착한 사람 가면을 쓴 악마를 밀어주는 상황에서 개혁이 단기간에 되기를 기대하는 건 지구 온난화 문제가 내일 당장 해결될 가능성이 0%에 가까운 것과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투표하게 하고, 장난으로 투표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의미 있는 한 표를 던지게 할 수 있을까? '최악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한다는 투표를 어떻게 독려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한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나는 친구로부터 갑작스럽게 아주 재미있는 선거방식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 정말 재미있다. 그렇게 되면 뜻밖에 투표율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친구와의 대화를 일부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친구 : 야, 생각을 해봤는데… 선거방식을 가장 많이 득표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표가 가장 덜한 사람을 뽑는 거지.

나 : ??

친구 : 이새끼는 안 되겠다 하면, 그니까 가장 잘할 것 같은 게 아니라…

나 : 아, 안 될 사람에게 표주고?

친구 : 가장 못할 것 같은 사람한테 표를 주는 거지.

나 : ㅋㅋㅋ 재밌네.

친구 : 어차피 당선은 같으니까. 이러면 투표율이 엄청 올라갈 것 같은데.

나 :  ㅋㅋㅋ 재밌네. 그 발상.

친구 : 이러면 선호도 조사도 쉽고… 한 번 연구해봐라.


 투표를 뽑고 싶은 사람에게 하는 게 아니라 뽑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너 나가!' 식으로 투표한다는 발상. 참신하면서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는 과거 그리스 아테네에서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시행했던 도편추방제를 얼핏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추방하는 게 아니라 '되어서는 안 될 사람'에게 많은 표를 주고, 가장 적은 표를 받은 사람이 당선되는 방식은 다른 점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꽤 효과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원래 사람들에게 몇 가지 메뉴를 제시하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보통 '음, 이것도 마음에 들고, 저것도 마음에 들고… 아 모르겠어!'라며 뜸들이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몇 가지 메뉴를 제시하고 싫어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거의 즉문즉답으로 '일단 저것부터 치워!'라고 재빠르게 답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 사람만은 절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람을 뽑으라고 한다면, 매번 선거 때마다 하는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혼란 없이 쉽게 표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매번 선거 때마다 차악을 선택하기 위해서 투표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차라리 최악을 선택해서 당선되지 못하도록 방식을 변경하는 게 어쩌면 훨씬 더 나을 수도 있다. 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매번 선거 때마다 '저놈이 무슨 자격으로 나와!?'라며 많은 사람이 화를 내지만, 결과를 보면 항상 아무 생각 없이 1번을 찍거나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런 도둑놈이나 사기꾼이 당선되는 게 어디 어제오늘 일인가?


 차라리 '최악의 인물'에게 표를 던져서 그 사람의 당선을 막고, 가장 표를 적게 받은 사람을 뽑는 방식이 된다면 이런 문제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이라도 더 그 사람에 대해 알려고 할 테고, 그 사람의 발자취만이 아니라 공약까지 보려고 할 테니까.



 일요일 저녁에 런닝맨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카톡을 보내온 친구가 말한 '선거 방식을 많이 득표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표가 가장 덜한 사람을 뽑는다'는 새로운 선거방식. 참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 선거 제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를 검토하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최악을 막기 위해서 투표에 참여할 확률이 확실히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저 친구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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