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청소년 서울 체험 투어 속 한국의 현실

반응형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엿볼 수 있었던 코레일 청소년 서울 체험 투어


 얼마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코레일에서 서울 여행 체험 투어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서울에 방문할 일이 있던 나는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이용해보고 싶어 그 패키지를 살펴보았었다. 그런데 그 패키지 구성을 보자마자 말문이 탁 막혔다. '도대체 이게 무슨 목적으로 만든 체험 투어 상품이야?'라는 의문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비슷한 사람이 드물지 않게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청소년 서울 체험 투어'라는 수식어가 있기에 그 체험 투어 상품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유익할 수 있는 투어 상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체험 투어 상품을 만든 그 목적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직 그 투어 상품의 구성을 모르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상품이길래 그런 말까지 하는 거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이번에 나를 당혹케 한 코레일이 내놓은 '청소년 서울 체험 투어' 상품은 다음과 같다.





 참, 기막힌 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글쎄, 나 혼자 이게 기막히는 구성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난 어찌 이 같은 구성을 두고 청소년의 청춘을 위한 서울 체험 투어 패키지라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세웠는지 놀랍기 그지없다. 서울에서 청소년이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역사적 장소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청소년을 위한 장소가 겨우 삼성 딜라이트샵과 서울대학교, 청와대 사랑채로 지정해놓았을까?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 말도 안 되는 체험 투어 상품에 들어간 장소를 살펴보면, 모든 것이 우리나라에서 '1위'로 관심을 받고 있는 그런 장소임을 얼핏 알 수 있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의 딜라이트와 국내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서울대학교,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권력이 많은 사람의 상징 중 하나인 청와대. 이 투어 장소들을 보면서 우리는 무슨 반응을 해야 코레일 자사가 이 같은 체험 투어 상품을 만든 것에 '역시 만들기 잘했어'라는 만족을 할 수 있을까?


 내게는 단순히 청춘을 위한다는 말로 포장한 우리 사회의 병폐적인 악습에 놀아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학력 지상주의'의 한 모습을 이번 청소년 체험 투어 상품에서 엿볼 수 있기에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어찌 이것을 청소년들의 청춘을 위한 한 가지 상품이라고 말하며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전략을 짤 수 있었는지 그 창의성에 새삼 소름이 돋는다. (서울대학교 같은 곳은 한 번쯤은 개인적으로 가볼 만한 곳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장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학력지상주의가 만든 1등을 고집하는 풍토는 이미 하나의 악습으로 굳어버린 지 오래다. 특히 이 같은 악습은 이미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데, 이 악습을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상품화해서 이용하려는 것에 참 불편한 심기를 감추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다른 사람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부작용…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주변의 기대에 응하지 못해 학업 스트레스 속에서 자신을 버리는 아이들… 아니, 단순히 아이들만이 아니라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들이나 직장 생활을 하는 직장인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모두 지나치게 1등에 집착하는 한국의 씁쓸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위 자료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건 얼마 전에 많은 사람을 통곡하게 하였던 부산외대 리조트 붕괴 사건의 모습이다. 당시 경주의 한 리조트가 붕괴하면서 그곳에서 OT를 하고 있던 부산외대 대학생들 다수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고, 심지어 사망자 수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모두가 '저걸 어째…'라며 안타까워하는 이 사건에서도 1등 지상주의에서 잘못 자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인터넷을 통해 보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저 사건을 두고 이런 말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지잡대가 이번에 이름 한 번 제대로 날리는구나."

"죽어서 효도하네. 지잡대생이 언제 한 번 뉴스에 이름이 나오겠냐?"


 …뭐라고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 같은 사람들의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리고 있는 학력지상주의가 만든 부작용이다. 제대로 된 인성을 가르치지 않고,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지 않은 채 오로지 문제집 풀이만 가르치면서 결과와 경쟁을 강요한 결과 저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많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사실이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도 잊은 채, 단지 결과만을 바라보며 사는 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더 심각한 건, 이런 문제는 우리 청소년이 다니는 학교에서 빈번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이미 1등 지상주의라는 암세포에 감염되어 오랜 시간 동안 침식당해오고 있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볼 수 있었던 메달의 색에 집착하는 평가와 태도도 그중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 (김연아 오심 논란 제외.) 아마 여기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예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로지 1등만을 바라보며, 오로지 1등이 되기 위해 살아라'고 가르치는 우리 학교와 우리 사회의 모습.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번에 코레일에서 출시한 청소년을 위한 서울 체험 투어 상품 속에서 엿볼 수 있는 한국의 불편한 진실이 아닐까 싶다. 코레일이 정말 청소년을 위한 서울 체험 투어 상품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계획하고자 했다면,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경복궁 등으로 이어지는 누구나 쉽게 방문해 여러 가지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장소가 투어 장소로 설정되었어야 했다. 그렇지 않은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1등 지상주의가 말미암은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해결책을 실천해야 할 세력들은 여전히 바뀌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1등만을 고집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고, 여러 기업에서는 코레일처럼 이 같은 풍토를 이용해 상업에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기에 그 행동을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좀처럼 이런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하아. 도대체 언제 1등만 대접받는 게 아니라 결과에 대해 누구나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날이 찾아올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 청춘들에게 '결과가 아니라 즐겁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가르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 글을 쓰면서 고민을 해보아도 그 답을 알 수 없기에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