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를 굶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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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를 굶을 지언정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돈이 한정되어 있다. 석유 왕자 혹은 이름있는 대기업의 자제들이 아닌 이상, 우리는 한정된 돈을 가지고 최대한 만족을 얻기 위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마케터의 수단에 놀아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가계부를 쓰고, 무료 재무설계 상담을 받고, 소비 심리학 도서를 읽으며 공부한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런 행동을 했었던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당장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노력하더라도 우리는 좀처럼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못할 때가 상당히 많다. 비단, 어떤 고가의 사치품을 구매할 때가 아니라 평범히 일상에서 소비할 때 찝찝한 기분이 드는 소비를 자주 한다. 누구나 '한정 수량 세일', '마감 임박 세일', '오늘 아니면 절대 없는 세일' 등의 말을 들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어떤 물품을 카트에 담은 채 계산을 마친 적이 한두 번쯤은 있지 않을까. (얼마 전에 있었던 신세계몰 비보북 반값 판매에 모여든 것도 '사양 따지기 전에 일단 반값 가격 대비 성능 좋다고 하니 구매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소비의 기본적인 규칙이다. 이 물건을 사면, 저 물건을 살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진리다. 이 법칙을 '등가 교환의 법칙'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어떤 재화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한정적인 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것이 경제 법칙이다. 자신이 소비할 수 있는 범위가 높을수록 부유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범위가 높지 않다.


ⓒ노라가미 3화


 그래서 나는 어떤 것을 구매할 때마다 '이번에는 이건 포기해야겠구나'는 체념을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렇게 하는 소비가 모두 '합리적인 소비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확고하게 '그렇다.'는 답을 던질 수 있는 소비인지도 모호하다. 그래도 나는 이 모호한 소비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특히 사람에게 중요한 한 끼의 식사를 거르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소비 활동이 있다. 바로, 매달 책을 사는 데에 소비하는 비용이다.


 나는 매달 책을 평균적으로 약 15만 원 치 구매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책을 그렇게 많이 사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 내가 평소 즐겨 읽는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의 도서는 매달 연재되어 발매되거나 매달 새로운 작품이 정식 발매가 되고 있다. 매달 평균적으로 이 '라이트 노벨' 도서들을 최소 8권에서 많게는 16권가량 구매하게 되는데, 비용은 최소 6만 원에서 10만 원 선으로 형성된다.


 단순히 여기서 책값만 따지자면 크게 비싸지 않다. (권당 6천 원 정도.) 하지만 매달 구매하는 개수가 적지 않고, 가끔 출판사에서 이벤트로 기획하는 '특별 한정판'이 판매될 때에는 추가로 비용이 들어간다. (어떤 특별 한정판은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때에는 만 원 이상이 차이가 날 때도 있다.) 더욱이 라이트 노벨만이 아니라 구매해서 보는 만화책과 잡지도 가끔 구매를 하고, 한국에 정식 발매가 되지 않은 작품은 일본 원서로 사서 읽는다. 그래서 일반 도서와 합치면 매달 평균 약 15만 원이 책값으로 지출된다.


매달 구매하는 라이트 노벨, ⓒ노지


 그리고 라이트 노벨과 일반 도서 구매에 소비되는 비용만큼은 아니지만, '비합리적인 소비일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소비가 한 개 더 있다. 바로, 매주 로또 복권과 연금 복권을 구매하는 데에 소비하는 9천 원의 비용이다.


 나는 매주 한 번씩 로또 복권 5천 원치와 연금 복권 4천 원 치를 몇 년 째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 사실, 이 소비는 내가 생각해도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복권 한 장을 가지고 한 주 동안 즐거운 상상도 할 수 있고, '하늘에서 돈뭉치가 안 떨어지나'는 시름을 할 수밖에 없는 요즘 세상에서 '복권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갈수록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복권 명당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나도 그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구매하는 로또 복권과 연금 복권, ⓒ노지


 책을 구매하는 데에 한 달 평균 비용보다 조금 더 많이 나갔을 때에는 밥을 굶을 수밖에 없다. 아니, 조금 더 간소하게 식탁을 차려서 먹는다고 말해야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구나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이 맛있는 음식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책을 선택하고 만다. 점심으로 사 먹는 돈가스를 사 먹을 비용이 없을 때에는 컵라면을 먹기도 하고, 김밥 한 줄을 사 먹기도 하고, 삼각 김밥을 사 먹기도 하고, 그냥 굶기도 한다. 누가 보면 '왜 그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책은 그 어떤 것보다 내가 사는 데에 필요한 필수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복권도 그와 비슷하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나도 복권에 구매하는 비용은 나도 아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이 소비를 멈출 수가 없다. 매주 한 번씩 복권을 구매하는 데에 쓰는 비용 9천 원이면 조금 사치를 부릴 수 있는 돈이지만, 복권을 통해 얻게 될지도 모를 몇억에 비하면 아주 소소한 행복이 아닌가. 누군가는 길에 지나가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을 수준의 헛된 희망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런 덧없는 희망을 잡을 수밖에 없는 건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자 나의 씁쓸한 모습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밥을 굶더라도 절대 책을 구매하는 데에 쓰는 비용과 로또 복권과 연금 복권을 구매하는 데에 쓰는 비용을 줄일 수가 없다. 절대 포기할 수가 없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밥 한 끼를 굶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술이 될 수도 있고, 담배가 될 수도 있고, 여자 친구에게 투자하는 돈일 수도 있고, 집을 사기 위해 모으는 적금일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비합리적인 소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소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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