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입은 상처로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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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지독한 삶을 사는 사회에서 입은 상처로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삶을 산다는 건 치열한 전쟁터에서 사는 것과 같다.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부터 경쟁의 장으로 내몰렸으며, 숨 쉴 틈도 없이 언제나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고 강요받았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내가 내 인생을 책임질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학교에 다녔을 때 몸에 익혔던 그 방식을 고수하며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주변에서 나에게 주는 상처를 '아프다.'라고 말하지도 못한 채, 혼자 끙끙 앓으며 지낼 수밖에 없는 한국에서 얼마나 외롭게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에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가 않는다. 하물며 이 마음의 상처는 자신도 모를 때가 많다. 혼자 깡소주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보기도 하지만, 그 상처는 점점 더 마음을 병들게 한다. 마음이 흔들리게 한다. 그리고 삶에 대한 의욕마저 빼앗아 버리기도 한다. 자살률이 높은 우리 대한민국의 사회에서 이런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삶에 힘겨워 지하철에 신문지를 깔고 눕는 건 그 때문이기도 하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 ⓒ하트 커넥트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몇 가지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책을 읽어보면 더 좋다. 아래에서 소개할 네 권의 책은 우리의 흔들리는 마음을,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책들이다. '힐링'이라는 건 스트레스 없이 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힐링'이라는 건 내가 나를 바라보며 '괜찮아.'하고 토닥일 때야 비로소 될 수 있다. 아래의 책들은 그 힐링을 지금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말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혜민 스님의 짧은 말을 엮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짧은 글로 이루어진 책으로, 긴 시간 동안 책을 읽을 시간을 갖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가장 좋은 힐링 도서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짧은 따뜻한 말 한마디는 우리가 스스로 상처입히고 있던 잘못된 행동을 멈출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행복'하기 위해서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이야기해준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의 거리감, 쉼표 때문입니다.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쉼 없이 달려온 건 아닌지,

내가 쉼 없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때때로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삶에서 항상 '더하기'만을 추구해왔다. 어릴 때부터 항상 남보다 더 잘하라고 학교와 가정에서 배웠고, 항상 무엇을 더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행동들은 모두 우리에게서 행복을 빼앗는 행동들이었고, 우리가 우리 자신을 '넌 못난 놈이야'이라고 질책하도록 만들었다. 때로는 더하기보다 뺄셈이 삶의 미학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다.

사람의 불행은 내가 어떻게 변하고 싶어 하는지를 고민하도록 강요받으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이가 말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면, 어른들은 곧잘 이런 질문을 던진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는 그런 질문을 받으며 생각한다. 자신이 반드시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압박은 학교에 들어가면서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나의 꿈'이라는 글짓기 숙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사람'이 될 결심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지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결국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목표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끊임없이 훈련받는 셈이다.

그 이후로는 인생 자체가 덧셈의 연속이다. 의사가 되기를 선택했다면, 의사가 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남들보다 뛰어난 의사를 꿈꾸고, 이왕이면 가장 많은 돈을 벌며 명예까지 누리는 의사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올라도 덧셈을 그만두는 법이 없다. '조금만 더'를 반복하며 더 채울 것들을 찾아 끝없이 헤매는 것이다. '덧젬 중독'에 걸리게 되면, 일상의 만족과는 영영 이별이지만,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만 더'를 외치는 우리가 최종적으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삶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더해가면 우리는 반대로 많은 것을 잃는다. 때로는 힘을 얻는 대가로 양심을 잃기도 하고, 재산을 손에 쥐는 과정에서 우정과 신의를 버리기도 한다. 얼굴 가득 넘쳐 흐르던 순수한 웃음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뼈아프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뺄셈 철학이다. 뺄셈 철학이란 소중한 것들을 잃기 전에, 필요치 않은 것들을 자발적으로 버리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필요 없는 것들을 자신의 의지로써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뺄셈 철학은 세계관이다. 복잡한 것을 다순화해서 바라보며, 많아서 넘치는 것들 틈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찾아낸다. 그래서 뺄셈 철학은 우리 삶의 무거운 짐을 덜어대는 출발점이다.

 

 삶이 너무 힘들게 느껴지고, 세상을 저주하고 싶어질 때 우리는 곧잘 '내게는 이런 아픈 날만 계속될 거야.'라고 생각한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었으니까. 하지만 어떤 일이라도 반드시 끝은 있는 법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순간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이 책은 우리에게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다고, 힘내라고 말해주는 그런 책이다.

 

인생의 허무를 폭로했던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들여다보며 깜짝 놀랐다. 이 철학자의 글을 읽다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관련된 것 이외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명제가 나온다. 나한테 나만큼 관심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최선을 다해 내 자유를 누리면 그게 후회 없는 인생이다. 어차피 몇몇 소수의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명절에 집에 가서 듣는 질문, 예컨대 "취직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애는 안 낳니?"라는 질문들은, 몇 십 년 전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내게 던졌던 "너 남자친구 생겼니?" 같은 떡밥도 없는 빈 '낚시'와 같다. 제 코가 석 자인 보통 사람들은 타인의 인생 여정에 상상력과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 에너지가 남아 돌아가지 않는 법이니까.

명심하라, 세상 사람들은 남 일에는 관심 없다. 오직 자기 자신과 관련된 것에만 예민하게 반응할 뿐. 서툴게 그들의 관심을 끌거나 덮으려고 호기를 부리거나 돌아가지 말고, 지금 내가 관심 있는 그 길을 호기롭게 가라.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된 건, 앞에서 언급한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던 건… 오늘부터 나도 다시 '사회'이라는 전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처절하게 실패하면서 긴 시간 동안 처절히 아파해야만 했다. 그리고 어디서도 피해자인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너무 힘들었다. 다시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 이대로 눈을 감으면 세상이 끝나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 버티며 살았다. 가슴 속에는 희망을 품고 있다.

 

 한 번은 실패했지만, 두 번은 실패하지 않으이라는 각오로 나는 다시 '사회'이라는 전장에 발을 내딛는다. 이 앞의 일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너무 무섭다. 두렵다. 도망치고 싶다. 그렇게 이전에 입은 상처가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그래도 나는 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이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나만 아니라 여기서 소개한 네 권의 책들은 지금 마음이 흔들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책은 그래서 우리의 곁에 존재하는 것이니까. 한 번쯤은 책을 통해 내가 감추고 있던, 외면하고 있던 또 다른 나 자신과 마주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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