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머니께서 '공무원시험 쳐서 그냥 공무원 해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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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득 어머니께서 '공무원시험 쳐서 그냥 공무원 해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대기업 취직만큼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꿈꾸는 직업이 있다. 무엇일까. 누구는 연예인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초등학생들도 장래희망 1순위로 적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4년제 대학을 가서 도서관에 틀어박혀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자신의 인생 모두를 걸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그냥 '안정적인 직업' 혹은 '어릴 때부터 줄곧 공무원이 되라는 말을 들어서'이라는 이유가 아닐까.


 나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람들이 그렇게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 문득 어머니께서 '공무원시험 쳐서 그냥 공무원 해라.'고 자주 말씀하시는데,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한 이유를 난 알 수 있어 그저 마음이 참 착잡하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공무원이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꿈의 직업이냐고….



ⓒ오마이뉴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공무원을 상대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 중에서도 무례한 공무원들 태도 때문에 상당히 인상을 써야만 했던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일이 공무원이 일하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일해야 하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기업'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만큼 괴로울까. 공무원을 상대로 일하다 보면 정말 속이 새까맣게 다 타들어 가거나 그냥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우주의 별만큼 많다. 어머니가 그런 '소기업'의 일을 하시기 때문에 자주 어머니의 일을 도와드리고는 했었는데, 옆에서 그런 사람을 상대로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면서 일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속으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모든 공무원이 그렇게 무례하고, 비인간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님처럼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공직에 앉아 계셔도 누구보다 더 시민을 배려하며 솔선수범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공무원이 그런 사람으로 채워져 있는 건 아니다. 그저 공부만 잘하면 시험을 쳐서 되는 것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꽤 부족한 면모를 갖춘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글을 공무원들이 읽는다면 열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어떤 직업에서나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 주기를 바란다.) 특히 자신이 일을 주는 입장에 있다고 하여, 혹은 자신이 공직자라고 하여 아랫사람을 벌레 보듯 하는 공무원을 보면… 그냥 냅다 주먹을 휘두르고 싶어진다.


 나는 한 공공기관에서 공익요원으로 일했었는데, 그 기관에서도 모든 사람이 착한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은 노골적으로 공익요원을 무시하는 듯한 시선과 태도를 보였다. (속으로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에 대해 의심이 갈 정도였다.) 특히 내가 근무 중 사고로 입원하였을 때에도 서류를 작성해야 할 것이 있어 그 기관에 찾아간 어머니를 앞에 두고 나를 에둘러 '또라이' 취급을 했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니 그 태도가 오죽하겠는가. 자신의 경력에 흠집이 남을까 봐 모든 것을 힘없는 공익요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그런 사람이 도대체 무슨 공무원이란 말인가. 공익요원 한 사람이 없어 일에 치명적인 손해가 끼치고 있다며 이 일을 어찌할 거냐고 어머니께 따지는 건 돈 봉투라도 바라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그 의도가 궁금하다.



 어머니께서는 평소에도 공공기관의 공무원들을 상대로 일하시며 갖은 스트레스를 겪으셔야만 했다. 특히 몇 달 전에는 내가 사고를 당하면서 더 힘들어지셨고, 얼마 전에는 국세청으로부터 너무 힘든 전화를 받는 바람에 그 고통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문득 어머니께서 '공무원시험 쳐서 그냥 공무원 해라.'고 자주 말씀하신 건 이렇게 공무원들에게 당하고만 있으니 자식은 공무원이 되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이 대한민국에서 삶을 산다는 건 이런 일을 겪으면서 권력 앞에 수그릴 수밖에 없는 삶인 듯하다. 잘못을 알아도 그 잘못을 바로 지적할 수도 없으니… 깊은 한숨만 나온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간절히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고, 아이들도 부모님의 그 바람대로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 1순위로 공무원을 적는 것이 아닐까. 참, 서글픈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다. '공무원시험 쳐서 그냥 공무원 해라.'이라고 말씀하신 어머니의 아픔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기에 글을 쓰는 내 눈은 붉은 핏발이 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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