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망언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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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 개선 필요"가 망언인 이유


 오늘도 아침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아침 신문을 돌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대학교에 간다. 대학교에서의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파는 점심을 먹지만, 여유가 없을 때는 편의점에서 우유 한 개를 사서 먹는 때도 종종 있다. 공강 시간 때에는 도서관에서 틈틈이 들었던 강의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다음 수업 준비를 한다. 그리고 대학교가 끝나면, 다시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이동한다. 늦은 1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와 내일 아침 일찍 나갈 준비를 미리 해둔다. 아직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마련해야 할 돈이 많고, 월세와 통신비 등도 여유가 없어 주말에는 막노동을 나갈 계획을 세우며 잠을 청한다.


 위 이야기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한 대학생의 일상이다. 이런 생활을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대학생은 경제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부모님께서 대출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생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주로 하는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수준이라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모님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면, 경제적 상황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비정규직 차별화 금지와 정규직 전환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로 여겨지는 건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인데도 '사회적 편견' 탓으로 돌리며 사람들의 인신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참,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라는 이 말은 우리나라 상황을 똑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 말에 많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의 화를 감추지 못하고 있고, 사회 각계에서도 올바르지 못한 처사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말 웃긴 이야기가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한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라는 말은 분명히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건 우리나라 사회의 전반적인 제도가 개선되었을 때야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즉,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힘든 이유는 자신이 한 노동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변호사가 1시간 일한 것과 청소부가 1시간 일한 것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느냐? 그런 차별은 당연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사회적 격차가 있는 일이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소부로 1시간 일하는 노동의 가치에 비해 우리는 너무 가치절하를 하여 임금을 준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현실이다.


 박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가) 하루종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니지 않으냐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있는데, 선진국을 보면 그런 일자리가 굉장히 많고, 그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들이다. 일하는 사람이 자기 필요에 의해 4~5시간 동안 역량을 발휘해서 일하고, 그 대신 차별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는데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하지 않느냐. 좋은 일자리라는 것이 꼭 큰 기업에 가거나 하루종일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일을 구하는 사람들의 형편에 맞도록 하고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례신문)


 윗글을 보면 읽을 수 있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을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말은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과 부모가 어떻게 해서든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스펙을 쌓아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는 게 그저 큰 기업에 가서 멋을 부리려고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모독이다. 하긴, 한 번도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하며 힘겹게 입에 가까스로 풀칠하면서 살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어찌 똑바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2012년 최저임금 기준(1), ⓒ구글검색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최저임금 비교 이미지는 2012년을 기준으로 한 이미지이다. 아래의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으로 10시간을 일했을 때 벌 수 있는 임금은 같은 OECD 국가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강조한 '선진국'에 비해 거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꺼리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기업에 들어가서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사회적 현상이다.


2013년 최저임금(2)


 위 표에서 볼 수 있는 나라별 시급과 월급은 하루 8시간 일하는 각 나라 최저 시급으로 2013년도 3월을 기준으로 주말을 포함하지 않은 20일 기준으로 산출하였다. (세금 등 기타 세부사항은 배제) 아래의 표를 보면 정말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시급으로 일을 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그래도 중국보다 낫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풋. 코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건 중국의 경제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무슨 말이냐고? 아래의 글을 읽어보자.


 한국의 최저임금은 국민소득 대비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으며,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심지어 중국보다도 훨씬 낮다. 2012년 중국의 최저임금은 14위안으로 약 2,520원이다. 2012년 한국의 4,580원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다. 한국의 최저 임금이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시기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8월까지였다(당시 한국의 최저임금은 2,510원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해보면 중국은 2011년에야 5,000달러를 넘어섰지만 한국은 1989년에 이미 5,556달러를 기록했고 2003년에는 1만 3,460달러, 2004년에는 1만 5,082달러를 기록했다. 중국보다 국민소득이 3배 가까이 많은 시기에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국과 비슷했던 것이다. 거꾸로 2012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2만 4,000달러 정도로 중국보다 4.5배 이상 높은 반면 최저임금은 중국보다 1.8배 정도밖에 높지 않다. 이 수치는 한국의 인건비가 얼마나 헐값인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일본에는 '프리터족'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고정된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보면 일본의 경우 아르바이트로도 기본적인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참고로 2011년 일본의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737엔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1만 1,000원이 넘는다.


_(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이게 우리나라의 수많은 시간제 일자리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선진국에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지 않고, 그런 일에도 꾸준히 종사하는 건 그만큼의 대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누가 보더라도 명명백백한 이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이전에 MB정부가 추진했던 대로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 고용을 창출하여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데에만 눈이 먼 것일까? …. 그 답은 박 대통령만 아는 답이다.


 값싼 인건비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았던 중국조차도 2011년에 임금을 향후 5년간 매년 평균 13% 이상 인상해서 5년 안에 2배 수준까지 올릴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게 되면 2016년에는 2012년 한국의 최저 임금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최저임금이 올라가야 가계의 구매력이 올라가고 총수요가 늘어나 결국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전 계층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이른바 '포용적 성장' 전략의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한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최저임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 선진국은 시간제 일자리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말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무조건 그렇게 살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일단 먼저 최저임금을 올려, 우리나라가 올리는 국민소득에 비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으며, 사람들의 고용률을 높임과 동시에 가계의 구매력이 늘어나 총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라는 말이 망언인 이유는 이런 사실을 부정한 채, 오로지 우리나라 시민에게 인식 개선만이 필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박근혜 정부가 현실을 똑바로 보고, 무엇을 먼저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청년 알바를 많이 고용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가들이 반영할 것이다. 알바들(시간제 노동자)에게 선진국 수준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면 안 그래도 힘든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러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크게 늘어난 4대강 사업 같은 낭비성 토건 사업을 30%만 줄여도 12조 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주로 재벌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 세율을 노무현 정부 수준만으로만 돌려놓아도 매년 7조 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돈의 일부만 공공기금으로 지원해도 비교적 단기간에 최저 임금을 크게 올려 5년 후쯤에는 우리 젊은이들을 '150만원 세대'로 만들 수 있다.

 상황을 방치함으로써 '88만원 세대'를 '66만원 세대'로 전락시킬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인 노력으로 '150만원 세대'로 끌어올릴 것인가. 우리 청년들에게 적어도 열심히 일하면 최소한의 생활은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이 나라에도 미래가 있다.


_(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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